내가 만든 화장품...4015년에 열어본다면?
Posted 2015. 1. 28. 06:49아까 지인의 블로그에 갔다가 눈에 띄는 포스팅이 있어서 데리고 왔어요…
이 포스팅의 내용은 일단 기사의 해석을 위주로 할 꺼에요…
미리 밝혔으니까 나중에 ‘뭬야~ 촤아식~ 그냥 기사 해석해 놓은 거잖여~’하고 욕하기 없긔!
출처: http://archive.museumoflondon.org.uk/Londinium/Lite/classifieds/Face+cream.htm
위에서 보시는 낡은 통이 무얼까요?
오래된 분첩일 수도 있고…
2000여년 전의 OOO이라나 뭐라나…ㅋㅋㅋ
아놔~ 빨리 말해라…맞는다~
2003년, 영국 런던의 사우스웍 (Southwark; 얘네 발음으로는 ‘싸덝’ ㅋㅋ)의 로만-켈트 사원(Romano-Celtic temple) 발굴지에서 자그마한 용기가 출토 되었습니다.
여기서 전 무척이나 의아해 했답니다.
영국에 왠 ‘로만(roman)’?
사실 전 역사-세계사…거의 ‘꽝’이에요…
찾아보니 로마가 한동안 영국을 먹고 있었다는 것도 오늘에야 알았네요…
그래서 로마인이 기원후 43년에 템즈강 근처에 론디니움(Londinium)이라는 요새를 건설했던 사실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런던’이란 지명이 되었다고 하네요…^^
어쨌거나 기원후 2세기 경의 유물로 추정되는 이 작은 금속으로 된 단지를 열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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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니베아 크림과 비슷한 제형의 흰색의 연고가 들어있더랍니다.
그것도 마지막으로 썼던 사람의 손가락 자국까지 선명하게 남아있는…
영국 사우스웍에서 출토된 2세기 경의 크림
출처 : Nature
왠 연고…?
궁금하시죠? ^^
우리가 그렇듯이 발굴해 낸 사람들도 궁금하기는 매한가지…
결국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리차드 에버세드 (Richard Evershed) 박사라는 분의 연구팀이 성분 분석에 들어갔죠.
저도 몰랐지만…이 분은 출토된 유물의 틈새에 붙은 찌꺼기 등을 분석해서 당시의 의료, 식료, 화장품 등등의 조합을 밝히는 연구를 하시는 분이랍니다.
자, 과연 무슨 성분이 있었을까요?
2004년 네이쳐에 실린 에버세드 박사 연구팀의 발표를 보면…
속칭 “런디니움 (Londinium) 크림’엔 주로 소나 양에서 나온 듯한 동물성 지방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전분과 ‘주석석 (朱錫石) ‘이라고 불리는 이산화주석(Tin dioxide, SnO2)이 첨가되어 있었답니다.
말 그대로 ‘피부를 위한 크림’이었던 것이지요…
2세기 경 고대 로마인의 스킨크림
출처 : The Guardian
이 연구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소위 말하는 그 ‘레시피’ 그대로 제품으로 만들어 봤다네요.
오리지날 레시피 대로 복원된 크림
출처 : Nature.
아시죠들?
제품으로 만들고 나면 무얼 해야 한다고요?
그렇죠…후기를 써야죠…ㅋㅋㅋ
이 연구팀의 후기를 보면, 크림은 바를 때 느낌도 좋았고, 약간 번들거리긴 하지만 전분에 의해서 맨들맨들하고 보송보송한 느낌이 많이 나더랍니다.
전분은 아직까지도 화장품에 꽤 사용되고 있는 재료입니다.
게다가, 사용된 이산화주석은 동물성 지방 안에서 투과된 빛의 난반사를 일으켜, 결국 크림의 투명도를 낮추는 효과를 냅니다.
즉, 투명한 크림이 아니라…희뿌연 크림이 되었다는 거…
이걸 그럼 어디다 썼느냐?
쉽게 말해서, 현대의 ‘크림’과 ‘파운데이션’의 효과를 함께 낼 수 있게 했다는 거죠…
당시에는 하얀 얼굴을 위한 화장분(粉)으로 납을 식초에 녹인 초산납(lead acetate)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 유물은 납에 비해 독성이 거의 없는 주석을 사용하였다는 점이 이슈가 되었다네요.
왜냐하면, 기원후 2세기경 벌써 로마사회가 납에 대한 독성을 인지해 가고 있었지 않냐를 보여준다고 해서라는데…
어쨌거나, 당시 화학자(혹은 연금술사)들이 납과 주석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었던 시절이라는 게 의심스럽기도 하고…
또 다른 추측으로 영국 콘월(Cornwall)주에 있던 광산에 주석이 많았기에 그냥 사용을 한 것일 수도 있다고도 하고…
아니면, 아마도 그걸 만든 사람이 지역상품을 애호가였을 수도 있고…ㅋㅋㅋ
자, 여기까지가 기사 내용이었습니다…만!!!
오늘도 뭐하나는 배워가야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시죠? ^^
어떻게 이 크림이 장장 2천여 년을 버티면서도 거의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성분이 딱 동물성 지방, 전분, 그리고 산화주석이라는데…
방부제도 없이 그렇게 오래 버틴걸 보니 방부제라는 거 필요 없는 거 아냐?
아오~ 열 받는데?
그렇죠!!! 성분을 잘 살펴 보셨네요…
항상 성분표를 보고 뭐가 들어있나를 살피셔야 해요…^^
이 크림에는 우리가 항상 기본적으로 넣는 한 가지가 빠져있습니다.
바로 ‘물’이죠…
‘거의’ 모든 미생물의 번식을 위해서는 ‘습도’가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수분이 없는 형태를 무수물 (無水物; anhydrous)이라고 하는데…수분이 거의 없는 제품에는 ‘묻어오는’ 세균말고는 세균이 자체적으로 자라기 힘들답니다.
립밤(lip balm)이나 립스틱(lip stick), 아이쉐도우가 이런 아이들입니다.
예전에 '세균이라...'편에서 잠깐 말씀드렸었죠?
발굴된 크림에는 수분이 거의 없었기에 부패하지 않고 제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거에요.
물론 들어있던 지방의 산패는 있었겠지만요…
이 크림이 여러분과 저의 세균 번식/억제의 좋은 예가 되기 위해 2천여 년 전을 버텨온 건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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