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우리는 기본 ‘삼합’ 레시피도 만들었고, 어떤 식으로 재고, 얼마만큼 만들어야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이번에는 실제로 한 번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하죠…

기대하셨죠?

지난 번에 만든 ‘삼합’ 레시피를 다시 볼까요?

물…62.5%

FCO…30%

e-wax…7.5%

그런데, 재료의 무게를 재기 전에 무슨 성분이 수용성이고, 어떤 성분이 유용성인지 나누어 보기로 하죠.

왜 ‘무게’로 재야 하는 지 모르시면 여기를 클릭! 왜 수용성과 유용성으로 나누는지 모르시면 여기를 클릭! 그리고 FCO와 e-wax가 무슨 말인지 모르면 여기를 클릭! ^^

Water phase

   물…62.5%

Oil phase

   FCO…30%

   e-wax…7.5%

왠지 점점 더 있어보이는 레시피로 바뀌는 것 같지 않나요?

오늘은 ‘만들기 과정’의 가장 처음이니까 테스트 용으로 50 g을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한 가지, 오늘 올린 사진들은 저의 일터의 환경상 사진의 색이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아서 그냥 흑백 처리해서 올립니다. 내용을 이해하시기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으니까 이해해 주세요~ ^^

물과 FCO, 그리고 e-wax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수상층 (Water phase)과 유상층 (Oil phase)을 담을 비이커 두 개를 준비하세요.

만들 양 전체가 50 g 이니까 100 mL짜리 비이커 두 개면 충분하겠네요…

그리고, 50 mL짜리 하나 더 준비하세요~

비이커는 이렇게 세 개…^^

나중에 무게를 재고…어쩌고…하다보면 헷갈릴 수 있으니까, 미리 자기가 알 수 있는 표시를 해 두세요.

저는 ‘옛날 사람’이니까 그냥 1과 2로…^^

그리고 나선, 가열 과정에 사용할 ‘물 중탕’이 끓는데 오래 걸리니까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먼저 큰 냄비에 물을 담고 끓이기 시작합니다.

자, 이제는 지난 번에 계산해 둔 레시피를 다시 보면…

뭐 약간의 오차에 대해 말씀 드리긴 했지만, 지금의 ‘삼합’ 크림에서는 큰 문제는 아니니까 무시하고 만들기로 합니다.

생수의 무게를 잰 다음 비이커에 넣고 노트에 적어두세요.

저는 31.3 g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물이 담긴 비이커 채로 무게를 재서 따로 적어 둡니다.

저는 93.9 g이네요…

왜 따로 무게를 재느냐고요?

다 의미가 있어요…기다리시라!

이제는 오일과 유화제를 잴 차례!

FCO는 15.0 g을, e-wax는 3.75 g을 재야 하는데…

가지고 계신 저울로 최대한 ‘천천히’ 재고  아까 물이 든 것과 다른 비이커에 담아 두세요.

역시 노트에 꼼꼼히 적어 두셔야 겠죠?

저는 3.8 g 의 e-wax를 넣었습니다.

음…지금쯤이면 냄비에 든 물이 끓고 있을꺼에요.

냄비의 물은 불을 줄이고 라면과 스프를 넣으시고  재료가 든 두 비이커를 넣고 중탕 가열하기 시작합니다.

하나 더…

작은 비이커에 생수를 20~30 mL 정도 (이건 무게로 잴 필요가 없어요…) 담아 같이 중탕 가열합니다.

유상층 비이커 속의 e-wax는 불투명한 흰색이지만, 가열하면 녹아서 FCO와 균일하게 섞여 투명해 집니다. 

이 때부터 온도계를 꽂고 70°C에 이르는 지 주시합니다.

e-wax

70°C에 다다르면 그때부터 온도를20분동안 유지합니다.

간간히 수상층과 유상층의 온도 차이는 없는지 확인해 주는 것도 잊지 마시고…^^

20분이 다 되어간다 싶으면 ‘수상층’ 비이커를 살짝 꺼내서 표면의 물만 닦으시고, 무게를 재 주세요.

왜냐고요?

20 분 이상 뜨겁게 가열하는 동안 어느 정도의 물이 수증기로 날아가 버렸을 거에요.

날아간 만큼 보충을 해 주지 않으면, 우리가 만든 레시피보다 더 뻑뻑한 크림이 만들어 질 테니까요.

저는 재어 보니 93.9 g이었는데 지금은 89.3 g, 다시말해  물이 4.6 g이나 날아가 버린 거네요…

이제는 수상층-유상층과 함께 중탕하던 작은 비이커 (50 mL)에 담긴 물을 사용해서 원래대로 채워 줍니다.

그냥 비이커를 사용하셔되 됩니다만…

‘왈칵!’하고 쏟아지는 걸 방지하려면 저처럼 작은 ‘피펫’을 사용하시는 게 더 안전하겠죠?

자, 증발된 만큼 얼른 보충을 해주고 다시 냄비에 넣고 온도를 확인합니다.

이제 아셨나요?

아까 왜 수상층 비이커의 무게를 쟀고, 작은 비이커에 물을 따로 준비했는지…

글쎄, 다 이유가 있다니깐두루…

아하~

이젠 두 비이커 내용물을 섞을 준비를 먼저 하셔야 합니다.

섞을 유리봉이나 핸드믹서 옆에 준비되어 있나요?

흘린 용액을 닦을 휴지도 옆에 준비되어 있나요?

모든 필요한 것들이 손 닿는 범위 내에 있도록 두시는 습관을 들이시는 게 좋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수상층 비이커에 유상층 비이커에 담긴 액을 저어주면서 ‘천천히’ 부어줍니다.

중요한 점은 ‘기름에 물을 붓는 것’이 아니고 ‘물에 기름을 붓는 것’입니다.

이유는 일전에 언급했던 상전도 (Phase inversion)에 관련된 건데 다 설명 드릴 수는 없고…

게다가 우리가 소량으로 만들어 쓰는 스킨 케어 제품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으니까 이 시점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지만, 미리미리 이런 연습을 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자, 맑았던 두 용액을 섞으니 어떤가요?

혹시…희뿌연 용액으로 바뀐 것은 아니겠지요?

혹시 이런 느낌으로…?

그렇게 되었나요?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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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진짜 그렇다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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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막 에멀젼을 만들어 내신 겁니다. 

오우~ 예아~!!!

이 뿌연 용액이 바로 ‘물-유화제-기름’의 에멀젼 상태라는 증거랍니다.

아직은 뜨거우니 조심해서 잘 저어 줍니다.

시간이 지나고 혼합된 용액이 식을 수록 에멀젼이 점점 걸쭉~해 지죠?

계속 저어주세요…^^

남자인 저도 젓고, 젓고, 또 젓다 보면 손도 아프고 팔도 아픈데…ㅠㅠ

그래서 조그만 핸드믹서가 유용하다는 거 아시겠죠?

가끔 내용물의 온도를 확인하시다가40°C 전후가 되면 찬물 중탕에 넣고 계속 저어주세요.

이 과정은 꼭 하셔야 되는 건 아니지만,  제품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저는 대체적으로 생략하는 과정이기도 하죠…^^

그런데, 거의 다 식은 거 같은데…아직 너무 묽다고 생각되지는 않으신지?

여기서 하나 더 알아두셔야 하는 용어가 있습니다…

한국말로 하면… ‘숙성’ 정도…일까요?

Curing이라고 해서 유화제에 따라 제품 고유의 농도와 점도를 갖는데 시간이 걸리는 종류가 있습니다.

다 식었으면 실온에서 하루 이틀 두시면 지금보다 더 걸쭉해진 답니다.

자, 이렇게 아주 기초적인 삼합 크림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비록 무슨 무슨 추출물에…거시기한 오일에…대단한 재료가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여러분이 처음으로 ‘손수’ 만든 크림입니다.

지금 이 레시피로 만든 도 에몰리언트 효과가 있는 진짜 ‘무(無) 방부제’ 크림 입니다.

방부제를 아예 안넣으니까요…^^

하나 더…

이 크림에는 아무 향료나 첨가물이 없어요.

냄새를 맡아보시면... 아무 냄새도 없죠…

좋아하시는 에센셜 오일을 3~4 방울 넣어서 고루 섞으시면 은은한 향이 풍기는 크림으로 바뀐답니다.

저는 레몬 에센셜 오일을 넣었습니다. 

단, 에센셜 오일은 크림이 충분히 식은 후에 넣어주셔야 향이 변하지 않고 오래 갑니다. 

자, 은은한 향을 풍기는 무(無) 방부제 크림의 완성입니다.

고로, 목욕하신 후 여기도 발라보고…저기도 발라보고…

후딱~ 사용해 보세요.

손 안에 쏙 들어가는~

오늘은 여기까지!

어떠셨나요? 그리 어렵지는 않았지요? 

수고 많이 하셨어요~

거의 모든 화장품을 만들 때에는 반드시 가열하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제가 기웃거려 본 블로그들을 보면…

어떤 분들은 핫플레이트 (Hot plate)로 직접 가열하시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전자렌지에 ‘땡~’하시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같은 용기에 원재료들을 넣고나서 가열하시는 분도 있더군요…

저는 ‘중탕 가열’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왜냐고?

직접 끓이거나 전자렌지에 돌리는게 빠르지 않을까?

빠르긴 하겠네요…

하지만, 직접 가열하는 건 ‘특정 온도’로 계속 유지하는 것이 어렵죠.

뿐만 아니라, 우리가 기름 성분도 쓰는 거 아시죠?

직접 가열하다 보면 재료 성분의 발연점(Smoke point)보다 더 가열하게 될 수 있어서 필요 이상 가열하면 성분 파괴 뿐만 아니라 독성물질로 변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하셔야 합니다.

참고로, 아마씨 기름 (Flax seed oil)이나 해바리기씨 기름 (Sunflower seed oil)의 발연점은 겨우 107˚C입니다.

마찬가지로 전자렌지로는 내용물을 가열하는 건 가능하지만, ‘특정 온도까지만 가열하는 것’과 ‘특정 온도로 유지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거…

물 중탕일 경우, 온도 유지도 쉽고 최고로 올라갈 수 있는 온도도  100˚C 밖에 안되기 때문에…

쉽고 안전하고…^^

일단 재료들을 수분이 있는 성분과 기름 성분으로 나누어 두 개의 내열 용기에 넣고…

큰 냄비에 물이 담고 팍팍~ 끓여주세요.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재료가 든 용기를 넣은 다음부터 두 재료의 온도를 ‘각각’ 재기 시작합니다.

각각의 재료가 가열되어서약  70˚C (158˚F)가 되면, 그때부터 그 온도를20분 정도 유지시키면 됩니다.

이 ‘온도’라는 게 각각의 유화제(Emulsifier)에 따라 다르거든요…

하지만, 70˚C에서 80˚C 사이를 유지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어이~ 잠깐만…

그런데, 왜 일정 온도로 유지를 해야 하지?

‘재료들 다 녹으면 끝~’ 이런 거 아냐?

어이~! 거기! 그런 거 아니냐곳!

네에….아.닙.니.다!!!

첫 번째 이유는 ‘살균’ 때문입니다.

앞에서 설명 드렸다시피, 수분이 있는 모든 것에 미생물의 번식 가능성이 있다고 했죠.

가열함으로써 원재료 성분 자체에 살고 있을 지도 모르는 미생물을 살균/멸균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임계 미셀 농도(CMC,Critical  Micelle Concentration)와 임계 미셀 온도(CMT,Critical  Micelle Temperature)라는 것 때문인데…

여기까지 읽으시니까 또 짜증 나시죠?

아~악!!!악!!!악!!!

간단히 끝낼께요…ㅠㅠ

쉽게 말하면…원하는 종류의 미셀(혹은 마이셀, Michelle)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상층과 유상층이 혼합될 때에는 같은 온도를 유지하는게 신상에 좋다는 거…이 정도?

마지막으로 생성된 에멀젼이 안정하기 위해서는 상전도 (Phase Inversion)가 생겨야 한다는 점.

이것도 역시 겁나 헷갈리는 내용이니까 쉽게 쓰면, 우리가 원하는 에멀젼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특정 온도에까지 가야된다는 거…

다시 말해서 일정 온도로 유지하는 이유는 ‘좋은 품질’의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는 거…

자, 그럼 오늘은 여기서…

어이~ 거기…하나만 더 물어보자…

네에…아프지 않게 살살 물어주세요…

화장품 레시피 보면 왜 꼭 수상층(Water phase)/유상층(Oil phase) 따로 나눠 담고 시작하지?

어차피 결국엔 같이 때려넣고 섞을거잖아…?

첨부터 하나로 해서 하면 설거지 거리도 줄고, 물 사용도 줄고…좋잖아?!

좋아?

유화(Emulsification)는 열역학적 유화, 화학적 유화, 그리고 기계적 유화…이렇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열역학적 유화(Heat emulsification)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딴 소리를 하신다는 거.

위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안정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만드는 과정에서 수상층과 유상층의 ‘온도가 같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반응을 할 때 두 층의 ‘온도가 다르다’면 에멀젼이 만들어 지긴 하지만 불안정해 진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물과 기름을 가열할 때에는 덥혀지는 시간이 각각 다릅니다.

그런데 한 용기에 함께 다 넣고 가열을 시작한다면, 낮은 온도에서부터 반응이 시작되어서 가열되는 과정 전체에 걸쳐 일어나겠죠.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에멀젼은 물리-화학적으로도 불안정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물과 기름층으로 분리될 확률이 큽니다.

고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설거지를 조금 더 하셔야 한다는 사실! ^^

내가 설거지 해줄‘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