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 번 예고했듯이 아주 기초적인 핸드 크림의 레시피를 직접 만들어 보겠습니다.

앞에서 포스팅한 내용들을 읽어보셨다면, 일단 모든 화장품의 기본 구성은 물-기름이라는 건 다들 아시겠죠?

보통 로션의 경우에는 70%~80%가 물입니다.

그러니 용기와 유통비용을 제외하면 한 병의 가격이란 건 그 20%~30%를 차지하는 아이들 때문이라는 거죠…

그런데, 왜 제품에 수분 함량을 가지고 이래저래 말이 많은가…하면!!!

그걸 기준으로 여러분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산수를 이용한 아주 기본적인 레시피를 하나 보기로 하죠.

여러분이 준비하셔야 할 것은 일단, 화장품 레시피 전용으로 쓸 ‘노트’ 한 권과 펜, 그리고 계산기…

앞으로 계속 화장품을 만들어 보시면 자연히 알게 되시겠지만,  노트에 이쁘게 정리해서 쓰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럴 시간이 아마 없을껄요~ ^^

온도, 색깔, 냄새, 시간…어떤 내용이라도 좋아요…

화장품을 만드는 동안은 언제나 무엇이든 적어 놓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수상층…70%

유상층…30%

바로 전 포스팅에서 얘기한 대로, ‘수상층’은 ‘생수’를 쓰시면 되고, ‘유상층(기름)’으로는 ‘정제 코코넛 오일 (Fractionated Coconut oil, FCO; 이후 FCO)’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점은 ‘물과 기름은 서로 섞이지 않는다’는 거…

요즘 천연 화장품 중에는 이탈리안 드레싱 처럼 ‘사용 하시기 전에 흔들어 주세요~’하는 것도 있습니다만, 아직은 보편화 되진 않고 있네요.

여기서, 서로 다른 극성 때문에 섞이지 않는 두 용액을 서로 섞일 수 있제 해주는 것이 ‘유화제(Emulsifier)’라는 것도 훤히들 알고 계시리라 믿어요…^^

유화제는 몇몇 종류를 제외하고는 기름에 녹는 유용성( 油溶性)입니다.

우리가 사용하기로 했던 ‘이멀시파잉 왁스 (Emulsifying wax, 이후 e-wax)’ 역시 유용성 유화제입니다.

다시 계산을 해 보면, 이번에 만들 크림의 수분 함량이 70%라 했으니 나머지 기름과 유화제의 비율이 합쳐서 30% 이겠죠.

그렇다면 ‘유화제는 어느 정도?’가 주안점인데…

처음 만들어 보시는 여러분은 ‘오일 함량의 25% 정도’로 정하시면 됩니다.

즉, 30%의 기름 성분의 25%, 즉 30% X 25% = 7.5% 의 유화제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오일과 유화제가 를 넣으면 100%가 넘게 되니까 (30% + 7.5% = 37.5%) 편의상 수분의 양을 줄여 100 %를 맞추기로 하지요.

어차피 크림의 수분 함량은 40%~70%이니까요…^^

따라서 저는 아래의 레시피를 ‘크림 삼합’ 레시피라 부르겠습니다.

물…62.5%

FCO…30%

e-wax…7.5%

왠지 좀 있어 보이죠? ^^

아쉽지만, 이런 삼합…아닙니다…

그런데 잠깐만…재료를 재려고 하는데, 퍼센트(%)로 되어 있잖아?

어쩌라고? 자꾸 이러면 곤란해~

확~ 쏴 버릴까보다…

모든 화장품의 레시피에는 단위가 안 써 있어도 그 조성의 합이 100이면 ‘백분율(%)’로, 그리고 나머지의 경우는 ‘무게’로 표시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왜냐고요?

기본이 물하고 기름인데, 부피로 재는 게 편하지 않을까요? 그죠?

글쎄요…

그러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네요.

첫째로, 물과 기름 성분을 부피로 잰다면 고체의 형태인 유화제 같은 재료는 어떻게 할까요?

어쩌죠?

흠...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밀도를 구해서 부피를 계산해 낼 수도 있기는하죠…

이걸 어쩌지...?

둘째로, 모든 물질은 온도에 따라서 부피가 변합니다.

동짓달 서울에서 잰 에탄올 100 g 의 부피와 뜨거운 남태평양 피지(Fiji) 섬에서 잰 에탄올 100 g의 부피가 같을 리 없죠.

똑같은 물이었다 하더라도 액체로서의 물이냐, 얼음으로서의 물이냐에 따라 부피가 다른 것 처럼 말이죠.

세째로, 과연 섞은 후의 부피가 예상했던 것과 같을까요?

예를 들어, 물과 알코올을 섞으면 전체 부피는 섞기 전보다 줄어들게 되는데...

자세히 알고 싶어? 그럼 여기를 클릭해~!

그럼 부족한 부피만큼 더 만드려면…?

아무래도 좀 복잡하겠죠? 

아~놔~ 너 자꾸 그러다 죽는다...

마지막으로, 화학에는 ‘닫힌 계의 질량은 상태 변화에 상관없이 변하지 않고 계속 같은 값을 유지한다’는질량 보존(質量保存)의 법칙이 있습니다. 

질량 보존의 법칙의 예

뭔 소린가 하면…

그림에서 처럼, 구리와 산소가 결합해서 산화구리(II)라는 화합물을 만든다고 하는데…

구리의 질량(우리한테는 ‘무게’)과 산소의 질량(무게)의 합은 산화구리(II)의 질량(무게)와 같다는 얘기입니다.

‘따로’ 있건, ‘함께’ 있건, 부피가 줄건 말건 상태는 변했지만, 질량(무게)는 ‘여전히 같다’ 라는 얘기죠…

‘질량’과 ‘무게’도 약간 다른 의미이기도 합니다만, 우리는 그냥 ‘같다’고 치자고요… ^^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무게로 재료를 준비하는 거랍니다.

자, 재료는 '무게'로 재는 것을 알았다면, 이제는 크림을 얼마만큼 만들 것인가를 알아봐야 겠죠.

 처음 만들 건, 써보니 괜찮아서 다시 만들 건 간에…

도대체 어느 정도 양을 만들어야  적당한 걸까요?

아무래도 처음부터 너무 많이 만들다가 혹시라도 망치면 그 많은 재료들을 버리는 게 되는 거니까, 되도록 조금 만드는게 낫겠죠? 그죠?

이것도 글쎄요…

싫지만 다시 한 번, 산수책과 연습장을 놓고 끄적거려 보기로 합니다.

만약, 50 g의 크림을 만든다고 하면…

31.25 g의 물 (50 g 의 62.5%), 15 g 의 기름 (50 g  30%), 그리고 2.25 g의 유화제 (50 g 의 7.5%)을 넣어야 합니다.

문제는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저울 (최소눈금 0.1 g)로 31.25 g 의 물과3.75 g의 유화제를 정확히 잴 수 있느냐…

여러분의 저울은 31.25를 31.3 또는 31.2로…그리고, 3.75 g을 3.8 g 또는 3.7 g으로 읽을 수 밖에 없겠죠…

각각 ± 0.16과 ±1.33 %의 오차가 생기게 됩니다.

그럼 500 g의 크림을 만든다고 하면…

312.5 g의 물 (500 g의 62.50%), 150 g의 오일 (500 g의 30%), 그리고 37.5 g의 유화제 (500 g의 7.5%)을 넣어야 하는데, 모두 가지고 있는 저울로 정확히 잴 수 있는 범위입니다.

사실 ‘삼합’ 크림 하나 만들 때 생기는 이 정도의 오차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별 것 아니지만, 만약 비슷한 무게로 들어가는 성분이 열 개라고 한다면 실제의 양과 레시피의 양의 차이가 적게는 약 2%에서 크게는 13% 이상 생긴다는 말입니다.

만약, 이 성분이 겁나~ 비싸다거나, 많이 (혹은 적게) 들어갔을 때 제품의 성질을 변하게 만들 수 있는 성분이라면?

더 이상 말해 뭣하겠습니까, 그죠?

1회분 [batch]의 권장량으로는 ‘적어도 300g~ 500 g정도’라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 정도의 양이 가장 측정 오차도 비교적 적다고 합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되는 지, 안되는 지’만 알고 싶으실 때는 50 g 정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Yes or No’만 확인하는데는 50 g 내지100 g 이면 충분한데, 굳이 세 배에서 다섯 배까지 재료를 써가며 확인하는 건 낭비가 아닐까 생각해서요…

고로, 제가 드리는 말씀은…

일단 조금만 만들어 보시고 나서 양을 늘리셔도 된다~는 말씀!!!

자, 여기까지!!!

엥? 뭐지…갑자기 끊는 건? 안 만들어…?

처음에 뭐라고 말씀 드렸는지 기억하시나요?

‘아주 기초적인 크림의 레시피를 직접 만들어 보겠습니다’라고 했고, 기본 ‘삼합’ 레시피까지 만들었잖아요…

너무 쉬워서 감이 팍~ 안오시는가 본데…다음 번에는 실제로 만들어 보기로 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