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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27 역시 세상은 아직 살 만 한듯…

역시 세상은 아직 살 만 한듯…

Posted 2016. 1. 27. 09:58

정말 깜딱 놀랐습니다.

요즘 회사일에 정신이 없어서 포스팅은 아예 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만큼은 포스팅을 하고 넘어가야겠다는...

 

오늘 아침 출근길도 별 다를 게 전혀 없는 평범했어요.

저멀리 고속도록 한쪽 켠에서 아침부터 나무를 잘랐는지뭐가 떨어지며 흙먼지가 풀풀~

그러더니 곧바로 땅에서 뭔가가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솟구쳐 오르더군요

 

어라라저게 뭐하는 순간목덜미에 소름이 쫘~! 



꺄악~

 

커다란 픽업 트럭이 고속도록 옆길로 떨어져 구르고 있던 거였어요...

그것도 앞뒤로 데굴데굴ㅠㅠ

 

허걱!

 

부랴부랴 차를 세우고 911(한국은 119? )에 신고를 하며 내리는데

여기저기 한 열 대 정도의 차가 서더니 안에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더군요

 

차는 그야말로 대파(大破)!

심지어 차는 거꾸로 누워있더군요

 

다행인 것은 탑승자는 남성 운전자 혼자였는데그 사람 역시 놀라고 여기 저기 긁혀서 피가 나는 상태이지 의식도 있고심지어 놀라서인지 자기가 창문 틈 사이로 기어나오려고 하기까지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당연히 이런 일이 없으셔야 겠지만혹시 여러분께서도 사고를 당하신 경우 차에 불이 난다거나 하는 위급상황이 아니면 응급구조대가 올 때까지 차안에 계셔야 안전합니다.

사고 피해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골절절단척추/경추손상 등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응급처치를 기다리시는 게 정답입니다.

아셨죠?

 

그런 사고상황에서는 피해자가 의식을 잃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걸어주는 게 중요하거든요

제 나름대로 그 남자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었는데문제는 이 사람이 놀라서인지 계속 기어나오려고 해서 말리느라고 잠시 실갱이를 했습니다.

 

그때 무슨 공사장 인부 같은 차림의 한 남자가 제 옆으로 스윽와서는 자기 앞에 있는 깨진 창문 조각들을 훑어치우더니 흙바닥에 그냥 엎드리더군요

 

대략 이 모습

 

그리고는 그 흙바닥에 한쪽 뺨을 대고는 기어나오려는 남자 쪽으로 자기 양손을 넣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여어나를 좀 봐봐내 얼굴 보이지?

글구 내 손 좀 잡아봐

지금 여기 나 말고도 남자들이 우글우글해그러니까 네가 걱정할 것 없어

글구 사람들이 지금 다 경찰서며 소방서며 다 연락했으니까 지금 오고있데

그때까지 나랑 이야기 하고 있는 거야알았지?

 

… 난 왜 이렇게 못했지?

 

순간저도 모르게 제 입에서 나온 짧은 탄식이었어요

 

다른 한 사람이 사고 남성에게 와서 어디 연락하고 싶은 곳은 없냐고 물어봅니다.

그 남자가 자기 와이프에게 전화하고 싶다고 하니전화번호를 물어보며 자기 전화기로 전화를 해 주더군요.

 

… 난 왜 이런 생각 못했지?

 

그 때 주위를 둘러보니 어떤 남자가 흑흑울고 있어요

제가 그 사람에게 이 사람 친구세요?’하니 아니랍니다.

 

우잉근데 왜

 

 

저 사람 다쳐서 불쌍하다고 우는 거랍니다.

나참원나원참원나참원참나

별 이상한

 

생각이 여기까지 오니까… 

갑자기 제가 왠지 초라해 지고부끄러워 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저는 사실 돕겠다라고 와서는 제대로 흙바닥에 무릎도 대지 않고 그저 쭈그려 앉아서 떠들고 있었고요

흙바닥에 엎드리는 사람을 보면서는 나는 회사를 가야하니까 흙바닥에 엎드리는 건 좀 그렇고저 사람은 공사장 인부 복장이니 괜찮겠지…’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고요

내 가족내 친구내 동료가 아닌데 뭘 저렇게 까지 울고 그래…’하는 생각이었어요

 

나는 그저 아는 척돕는 척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부끄러움이 솨~

저는 사람을 돕는다는 거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지정작 어떻게 돕는 지는 모르고 있던게 아닌가 싶더군요.

 

한 마디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는 못하고 있었던 거지요.

제가 구급요원이나 의사가 아닌 이상딱히 해 줄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한 거였는데

짧은 시간 동안 반성도 많이 하게 되고많은 걸 배웠습니다.

 

 

잠시 후경찰관과 소방서 구급요원 들이 도착을 했습니다.

제가 더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자리를 떠나면서 그때까지 남아있던 사람들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니까다들 저에게 악수를 하고 잘했다면서 서로 칭찬을 합디다

 

제가 뭘했을까요?

 

 

미국인은 남을 도우며 살아라라고 배우면서 자란다고 합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별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적어도 오늘 아침에 제가 본 모습은 그렇더군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나의 불편함이나 손해를 감수하고

그 사람의 마음에 공감을 해주고

서로를 격려해 주고

 

이 모습이 비단 미국인의 그것 만은 아닐꺼에요.

제가 한국에 있었더라도 같은 상황에서 같은 모습을 보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더 가슴 뭉클한 모습을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비록 오늘 저 자신은 조금 부끄러웠지만,

아직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서 아직은 살 만한 곳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


역쉬아직은 살만해!

 

이미지를 너무 장난스럽게 넣어서 불쾌하신 분이 있을 지 몰라서 미리 사과를 드립니다.

하지만사고를 당한 분이나 다른 분들을 놀리려는 의도도 아니고

제가 직접 사고를 당한 분이 안전한 것을 확인하고 현장을 떠났고도움을 주던 분들도 다 안심을 한 상태라서 포스팅을 부드럽고 읽기 쉽게 하기 위해 넣은 이미지들이니까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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