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는 ‘뼈’를 튼튼히~ 레시피의 뼈대는?
Posted 2015. 10. 1. 07:57
요즘 이거 너무 만들기에 소홀한 거 아녀?
다른 블로그 보면 만들기 많이 하던데…
잠깐!
‘만들기’에 대해 이야기 하다 보니까 질문이…
이런 레시피들도 누군가 처음에 만든 사람이 있잖아?
그렇다면 도대체 처음에는 어떻게 만들지?
과연 내가 하기에는 좀 어려울 것 같은데…
뭐, 이런 걱정이 드시죠?
그냥 있는 레시피 데려다가 만들기도 어려운데…
역시 안돼나…?
제가 보는 관점에서 ‘크래프팅(crafting, 만들기)’이라는 것은 ‘기술 (혹은 테크닉, technique)’이라고 생각해요.
기술이라는 점은 오랜 경험과 반복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만들기에 익숙해 지려면 ’노력’이 어~엄청 필요하다는 말이죠.
그러니 수제 화장품을 이제 막 접하신 분들은 아무래도 온라인 상에 이미 돌고 있는 레시피를 가지고 만들어 보시는 게 당연한 순서겠죠.
그렇다면 만들기만 익숙해 지면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레시피를 만들수 있는거야?
네에…
기본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사실 ‘레시피 보고 만들기’와 ‘레시피 만들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먼저 경험이 풍부하고 관련 지식이 어마무시하신 분들은 이미 어떤 아이들이 대강 어느 정도 들어가겠구나를 알고 있어 바로 시작할 수 있죠…
하지만, 아무리 경험이 많고 실력이 있는 포뮬레이터(formulator)들이라고 해도 모든 종류의 레시피에 능통한 사람은 드뭅니다.
전문가가 이런 정도니 만들기가 능숙한 크래프터라 하더라도 레시피를 백지상태에서부터 만들어 내기는 더더욱 힘든 일이겠죠?
위에서 전문 연구원들이라 하더라도 ‘모든 종류의 레시피에 능통하지 못하다’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도 어딘가에 참고를 할 만한 무언가가 있지는 않을까요?
빙고!
그런데 왜 ‘빙고’가 개이름일까요?
전문서적에서는 보면 ‘백본 (backbone, ‘척추’라고 하긴 좀 우습죠?)’ 또는 ‘뼈대 (혹은 스켈레톤, skeleton) ‘라고도 부르고…
‘프레임 포뮬라 (frame fomula)’라고도 하는 뭐 일종의 기본 레시피가 있어요…
말 그대로 ‘뼈대’에 ‘살’을 붙여가며 만드는 거죠…
프레임 레시피는 대~충 이런 모습이에요.
출처: EUROPEAN ASSOCIATION OF POISON CENTRES AND CLINICAL TOXICOLOGISTS (EAPCCT)
& THE EUROPEAN COSMETICS TOILETRY AND PERFUMERY ASSOCIATION (COLIPA), 2000
지금 보고 계시는 레시피는 로션이나 크림, 혹은 젤에 두루두루 쓰일 수 있는 기본 레시피에요.
제일 윗 줄을 보시면, ‘FRAME FORMULATION…’이라고 써 있죠?
그 다음에는 ‘다양한(various) 크림(creams), 로션(lotions), 스크럽(scrubs)과 젤(gels)’이라고 되어있어요.
뭔 레시피 하나로 이 아이들을 다 많들 수 있지?
이게 ‘만능 간장’… ‘만능 양념’하듯이 ‘만능 레시피’인거야?
글쎄요…
맞을 수도 있고…아닐 수도 있고…
이게 무슨 말이냐~하면 기본적으로 로션-크림-젤 같은 아이들은 제형의 타입에 따라 효과의 차이는 거의 없다는 거죠…
더 쉽게 말하자면…
들어가는 성분의 종류에는 큰 차이가 없고 단지 제품의 외형과 바를 때의 느낌의 차이를 만들뿐이라는 거…
‘점도(viscosity)’를 설명하면서 잠깐 말씀 드렸죠?
기억이 안나시면 여기를 클릭~
회사마다 이런 것과 비슷한 기본 레시피들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제품을 연구할 때 이 아이를 토대로 해서 살을 붙이거나 떼어가며 진행을 하는 거에요.
한 번 잘 살펴 볼까요?
프레임 레시피의 왼쪽을 보시면, 여기에 써있는 원료들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자세히 보시면 그리 낯선 형식도 아니죠?
저와 함께 만드시던 그 순서입니다.
어맛! 반가와!
쓰여진 형식은 원료의 종류(‘보습제’, ‘유화제’, ‘점증제’ 등등…)와 원료의 이름(‘글리세린’, ‘디메치콘’, ‘카보머’ 등등…), 그리고 퍼센트(%)로 표시된 함량.
성격이 급하신 분들은 벌써 이상한 점을 찾으셨을 거에요.
제일 오른 쪽의 숫자들을 다 더해보면 328%...?
원래 이거 다 더하면 ‘100%’ 나오는 거 아니었나?
숫자가 써있는 열의 제일 위를 자세히 보시면 ‘maximim levels’라고 표기되어 있지요?
다시 말해서 무엇을 만들던 간에…
오일( 혹은 왁스, 지방산 등등)은 ‘최고’ 95%까지…
보습제(humectants, 여기서는 그냥 ‘보습제’로 부를께요)는 ‘최고’ 25%까지…
유화제(emulsify agents)도 ‘최고’ 25%까지…
.
.
.
.
.
이런 식으로 ‘네 맘대로 양을 조절해 가며 만드세요’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프레임 레시피 조차도 꼭 지켜야 한다는 규칙은 없어요.
필요없는 원료나 싫어하는 원료는 안넣어도 괜찮습니다.
무향(無香)이 좋으면 향료(fragrance 혹은 parfum)를 안넣어도 되고요, 방부제(preservatives)가 싫으심 안 넣어도 되는 거에요.
참고로, 이 규칙 아닌 규칙은 인터넷에서 구하신 레시피에도 적용이 된다는 거 잊지 마세요. ^^
예전에 ‘젤(gel)타입 손 세정제(hand sanitizer)와 재활용 곁다리 제품들…’을 만들 때 ‘레시피 (recipe 혹은 formula)’라는 것은 그저 ‘가이드라인’이라고 설명 드린 적이 있어요.
이제 왜 레시피가 가이드 라인인지 이해하시겠죠?
하지만, 내가 무엇을 빼고 어떤 종류의 원료를 넣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원료 성분들을 많이 알고 계시고 이해하고 계실 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토록 제품의 전성분표에서 각 성분을 구분하고 용도와 위험도를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시라 누누히 말씀을 드렸던 것이에요.
다시 프레임 레시피의 예로 돌아가 보죠.
이 레시피는 친절하게도 어떤 종류의 아이들을 사용하라고까지 나와있네요…
예를 들어, 보습제(humectants)를 보시면…
괄호 안에 ‘글리세린이나 프로필렌 글라이콜, 또는 폴리에틸렌 글라이콜(poly Ethylene Glycol, PEG) 같은 아이들’이라고 써 있죠?
이런 식으로 각 용도에 맞는 원료를 먼저 정하는 것이죠.
그리고 나면, 각 원료의 함량을 최고치[maximum level]를 넘기지 않게 적절한 수준에서 정하게 됩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각 원료에는 ‘권장 사용량(recommended level of use)’라는 게 있어요.
‘반드시’ 지켜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서도…
이 정도의 양이 들어갔을 때 효과를 보이고…저 정도 이하로 사용하면 비교적 안전하다…라는 의미로 보시면 되시겠습니다.
이 정보는 원료를 구입하실 때, 쉽게 받아볼 수 있어요…
인터넷에 보시면 그런 정보 좌~악 깔려 있으니 구입할 때 안 받았다고 절망하지 마시고…ㅋㅋㅋ
밑에서 두 번째 줄의 ‘Aqua (물)’을 보시면 함량이 ‘to 100’이라고 되어 있죠?
이 말은 지금까지 원료의 함량을 다 더한 양에 물을 더해서 ‘전체 함량을 100%로 맞춰라’라는 이야기입니다.
말로만 설명을 드리니 긴가민가~하시죠?
직접 예를 들어 설명을 드리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꺼에요.
이 프레임 레시피에서 ‘오일’과 ‘보습제(humectants)’, ‘유화제(emulsifying agents)’와 ‘방부제(preservatives)’만 들어있는 제품을 만들기로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레시피는 아래와 같은 모습이겠죠?
구 분 |
원 료 명 |
함 량 (%) |
오일 |
|
|
보습제 |
|
|
유화제 |
|
|
방부제 |
|
|
용매 |
|
|
|
TOTAL |
100.00 |
오늘은 상상 속의 레시피니까…^^
뭐든 간에 내 맘대로~
오일은 ‘올리브 오일’을 써보고 싶네요…
보습제로는 ‘글리세린’을…
유화제는 예전 '삼합크림' 레시피 때 썼던 e-wax를 쓰고요…
방부제는 그냥 ‘천연 방부제’를 사용할 꺼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아이는 에코서트(EcoCert) 인증을 받은 나타프레스(NataPres)라는 아이입니다.
여기서는 방부제의 종류가 중요한 거 아니니 그냥 그런 애가 있나보다~하시면 됩니다. ^^
레시피를 다시 쓰면 아래처럼 되겠죠?
구 분 | 원 료 명 | 함 량 (%) |
오일 | 올리브 오일 |
|
보습제 | 글리세린 |
|
유화제 | e-wax |
|
방부제 | 나타프레스 |
|
용매 | 물 |
|
| TOTALL | 100.00 |
이제 함량을 정해 보죠…
오일 사용량 최고치는 95%였지만, 저는 그냥 계산하기 쉽게 20% 정도만 쓰려고 해요.
끈적이는 거 싫으니까 글리세린은 3% 만…최고치 25% 보다 훨씬 적군요.
복합 유화제는 ‘유화제를 뺀’ 유상층 전체의 25%를 쓰시라고 했던 거 기억하시죠?
기억이 없는 분들은 여기를 클릭~
유화제의 양은 20%의 25%는 5%가 되는군요…^^
이것도 최고치인 25%보다 훨씬 적으니 괜찮습니다.
방부제인 나타프레스의 권장량은 0.2%~2.5%네요…계산하기 쉽게 2% 만 넣고요…
구 분 | 원 료 명 | 함 량 (%) |
오일 | 올리브 오일 | 20.0 |
보습제 | 글리세린 | 3.00 |
유화제 | e-wax | 5.00 |
방부제 | 나타프레스 | 2.00 |
용매 | 물 |
|
| TOTALL | 30.00 |
지금까지의 총 함량은 30.0%네요.
마지막 ‘물’을 채워 100%를 만드려면 필요한 물의 양은 70.0%가 됩니다.
이건 완죠니~ 산수다, 그죠?
구 분 | 원 료 명 | 함 량 (%) |
오일 | 올리브 오일 | 20.0 |
보습제 | 글리세린 | 3.00 |
유화제 | e-wax | 5.00 |
방부제 | 나타프레스 | 2.00 |
용매 | 물 | 70.00 |
| TOTALL | 100.00 |
여러분과 제일 처음 짜보았던 '삼합크림' 레시피 때와는 반대죠?
그땐 유상층과 수상층의 양을 30%-70%로 정하고 원료들을 첨가하면서 더하고 빼고 계산을 했었는데…^^
위의 레시피는 계산을 해 보려고 한 번 ‘그려본’ 레시피니까 이대로 만들어 봤자 형편 없을꺼에요.
그러니 위의 레시피는 잊으시오~
대신에 여러분도 한번 이 프레임 레시피를 보고 마음 내키는 대로 레시피를 짜 보세요.
물론,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원료를 써서 만드셔야 겠죠?
그리고, 실제로 한 번 만들어 보세요.
만들고 난 완성품이 제대로 된 아이일 수도 있고, 원하는 형태가 아닐 수도 있어요.
어떤 아이가 더 들어가고, 어떤 아이가 덜 들어가면 상태가 좋아질까요?
다른 아이가 대신 들어가면 더 좋아질 수 있을까요?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만약 여러분께서 ‘딱히 아는 애들이 없네~생각나는 애들도 없네~’하신다면 지금이 여러분께서 전성분표를 다시 확인하시기에 ‘딱 좋은 나이 때’라는 거에요.
여러분께서 프레임 레시피를 가지고 레시피를 직접 만들어 보시기에는 아직 조금은 이르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렇게 맛보기 레시피 짜기를 보여드려서 성분표를 보시는 게 왜 필요한지…그리고 레시피 짜기가 그저 ‘별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UPDATE:
레시피의 '작성(creating)'과 '복제(duplicating)'는 크래프팅에 꼭 필요한 단계인데도 이걸 설명하는 포스팅을 본 적이 없는 거 같네요...
이게 뭐, 공공연한 비밀은 아닐텐데...
원래 제가 ‘기본 지식부터 레시피 작성까지’ 가르쳐 드린다고 했던 거라서 나중에 알려드리려고 한 내용이긴 한데…
좀 당겨서 '레시피 작성과 복제'에 대해서 포스팅을 한두 개 정도 더 올릴 예정입니다.
오늘도 좀 어려운 듯 한가요?
어떻게 하시라고요?
네에~ 편하게 주욱~ 읽어가세요.
알았죠?
자,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들 즐거운 크래프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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