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표에 대한 여러분의 내공은?
Posted 2015. 9. 25. 04:14자, 예전부터 제가 여러분께 늘 ‘성분표를 확인’하시라고 누누히 말씀을 드려왔습니다.
어떠신가요?
다들 이제는 화장품을 고르시기 앞서서 성분표를 들여다 보는 습관이 생기셨으리라 믿………을 수 있을까요? ^^
여기에는 몇 가지 노림수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성분표를 자주 읽어보는 습관을 통해서 ‘화장품 원료명에 익숙해 지자~’라는 게 첫 번째 이유고요…
들어가 있는 아이들의 이름을 구분하면서 ‘나한테 맞는 성분, 내가 싫어하는 성분, 좋지 않은 성분을 구별해 내자~’라는 게 두 번째 이유였고요…
그 다음에는 성분표를 가지고 대략의 레시피를 유추해 내 보는 연습도 해보고…
마지막으로는 각자에게 맞는 ‘나 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약간 어렵겠지만, 오늘은 간단히 맛보기 포스팅이라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무슨 제품을 예로 들어볼까 하다가…
제 책상 위에 있는 ‘아비노(Aveeno) 데일리 모이스쳐라이징 로션 (Daily Moisturizing Lotion)’이라는 제품의 전성분 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 저는 아비노와 일체의 이해관계가 없고, 어떤 나쁜 마음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포스팅은 여러분께 저의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쓴 것일 뿐 제품이나 회사를 선전하거나 폄하하기 위한 의도는 전혀 없다는 것을 먼저 밝힙니다. 아셨죠?
한글로 된 전성분 표를 찾아보니…
정제수, 글리세린, 디스테아릴디모늄클로라이드, 페트롤라툼, 이소프로필팔미테이트, 세테아릴알코올, 디메치콘, 귀리가루 ,벤질알코올, 소듐클로라이드
…라고 되어있네요.
자, 눈에 익거나 자주 읽었던 성분이 있는지 한 번 훑어보시죠…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겠죠…
그 다음에는 얘네들이 착한 아이들인지 아니면 좀 반항기가 농후한 아이인지 알아보려고 하는데…
이렇게 한글로 쓰여진 이름표로는 누가 갑돌이고 누가 갑순이인지 알아보기 힘들죠.
한글로 성분을 설명해 놓은 사이트나 블로거님이 어디엔가 분명히 계시겠지만, 우리는 잘 알려진 EWG의 스킨딥(Skin Deep) 사이트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EWG는 건강한 환경조성을 위해 다양한 연구/조사-교육 및 사회개혁 운동까지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 비영리 사회 환경운동 단체입니다.
특히 이곳의 스킨딥(Skin Deep)이라는 온라인 데이터 베이스에는 무쟈~게 많은 성분들에 대한 설명과 인체-환경적 위험도를 알기 쉽게 해 놓았어요.
이 분류표 기억하시죠?
이 등급이 낮을 수록 인체에 무해하고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없습니다.
위의 한글표기로는 검색이 안되니까 영문표기를 같이 써보겠습니다.
이젠 왜 영어가 필요한가 몸으로 느껴지시죠? ㅋㅋ
정제수(water), 글리세린(glycerin), 디스테아릴디모늄 클로라이드(distearyldimonium chloride), 페트롤라툼(petrolatum), 이소프로필 팔미테이트(isopropyl palmitate), 세테아릴 알코올(cetearyl alcohol), 디메치콘(dimethicone), 귀리가루(oat powder) , 벤질 알코올(benzyl alcohol), 소듐 클로라이드(sodium chloride)
하나 하나 같이 보실까요?
먼저 ‘물(water)’…
이건 뭐 설명이 필요 없고요…
우리가 보통 보습제로 알고 있는 ‘글리세린(glycerin)’
정확히는 습윤제(humectant)라고 설명 드렸죠?
기억 안나시면 여기를 클릭~
뭐, 보습제라고 해도 딱히 틀린 표현은 아니니 부담 갖지 마시고~ ^^
디스테아릴디모늄 클로라이드(distearyldimonium chloride)부터는 이야기가 좀 달라지죠…
스킨딥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면…
왼쪽 윗부분에 제가 동그라미로 표시를 해 놓은 것처럼 등급은 ‘3등급’이니 어느 정도 자극 또는 독성이 의심이 되는 데다가…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을 보시면 전체적으로 얼마나 위험한 가, 그리고 특정위험 인자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어요.
그닥 즐거운 이야기들은 아니네요.
마지막 동그라미를 보시면 이 아이의 용도가 나와있어요.
이 아이는 ‘컨디셔닝(conditioning)’ 성분으로 ‘매끄러운 느낌’을 주는 용도로 사용되었군요.
사실 이 아이가 개인적으로는 제일 못마땅한데…
원래 이 아이는 ‘섬유 유연제’로 주로 사용이 되었다네요…
그러다가 이 아이의 생분해성(biodegradability)이 낮다는 이유로 점차 사용을 안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의 특징 중 두드러진 것이 ‘정전기 방지(antistatic)’ 특성이거든요…
그래서 아직도 특히 샴푸나 린스 같은 제품과 여타의 화장품에 소량씩 첨가가 되고 있어요
‘섬유 유연제’로는 적합하지 않은 아이가 ‘화장품’에는 쓰인다…?
그 다음 페트롤라툼(petrolatum)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세린’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각종 로션과 크림에 밀폐제(occlusive agents)로 사용이 되고요…
피부 연화제(emollients)의 역할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름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천연이 아니에요.
피부에 덮혀 있는 동안은 효과적으로 수분손실을 최소화하는 장점도 있지만, 끈적인다는 점과 나중에 깨끗이 닦여나가지 않는다는 것과 아무래도 석유화학 제품인 단점이 있어요.
스킨딥의 유해도 평가에서도 ‘4등급’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바세린을 그렇게 까지 미워하지 않는 관계로 ‘나쁘다’… ‘싫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비노 같은 큰 회사에서 쓴다는 게 좀 그렇죠?
이소프로필 팔미테이트(isopropyl palmitate)은 전에 봄순이 레시피를 가지고 설명 드렸었던 아이에요.
스킨딥의 유해도는 ‘0(zero, 빵)’입니다.
이 아이는 연화제의 역할과 동시에 오일들의 끈적임과 미끌거림을 줄여주는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했었죠?
기억이 없으시다고요? 그럼 여기를 클릭~
세테아릴 알코올(cetearyl alcohol)은 유화제(emulsifier)의 역할이라기 보다는 점증제(thickener)의 역할과 제형 자체를 뿌~옇게 만들어 주는 역할로 쓰인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이 아이의 등급은 안전한 ‘1등급’입니다.
예전에 피부에 보호막을 형성하는 원료들 중에서 미국 FDA가 인정하는 세 가지가 있었죠?
전혀 새로운 이야기라고요? 그렇다면 여기를 클릭~
바로 디메치콘(dimethicone), 코코아 버터(cocoa butter), 그리고 알란토인(allantoin)입니다.
그 디메치콘(dimethicone)이 사용되었군요.
디메치콘은 등급은 ‘3듭급’입니다.
하나 눈 여겨 보실 원료는…’귀리가루’입니다.
귀리는 곡물의 일종인 ‘오트(oat)’입니다.
‘오트밀’의 그 ‘오트’ 말이죠…
아비노는 특별히 처리된 귀리가루를 제품에 포함해 유명해 진 브랜드입니다.
정식 원료는 Avena Sativa (Oat) Kernel Flour입니다.
당연히 인체에 무해하다는‘0(zero, 빵)’입니다.
이제 그 무섭다는 벤질 알코올(benzyl alcohol)의 차례입니다.
사알~짝 달큰~한 냄새가 나는 방부제(preservatives)입니다.
여타의 합성 방부제가 그렇듯이 등급은 ‘5등급’입니다.
소듐 클로라이드(sodium chloride)…쉽게 말해 ‘정제염[sodium chloride, NaCl]’입니다.
소금 성분이니 당연 전혀 무해(無害)하고요…
딱히 어떤 효과가 있다기 보다는 제형을 조절하기 위해 첨가하는 부가원료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원료들을 정리해 보면…
| 용도 | 위험도 |
정제수 | 용매 | - |
글리세린 | 습윤/보습제 | 0 |
디스테아릴디모늄 클로라이드 | 컨디셔닝 | 3 |
페트롤라툼 | 연화제, 밀폐제 | 4 |
이소프로필 팔미테이트 | 연화제, 컨디셔닝 | 0 |
세테아릴 알코올 | 점증제 | 1 |
디메치콘 | 보호막 | 3 |
귀리가루 | 진정, 컨디셔닝 | 0 |
벤질 알코올 | 방부제 | 5 |
소듐 클로라이드 | 제형 조절 | 0 |
이쯤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네요.
아비노의 미국 사이트를 보니 유효성분(active ingredients)이 달랑 디메치콘(dimethicone) 하나입니다.
디메치콘은 ‘기능성(functional)’ 원료로 사용이 되었다는 거에요.
이게 무슨 말일까요?
이 제품의 광고문구를 보시면…
“내추럴 콜로이덜 오일 성분…풍부한 에몰리언트…수분이 쌓여가는걸 느껴보세요…바르자마자 끈적임없이 빠르게 흡수….”
이 제품에는 딱히 칭찬할 만한 에몰리언트(emollients)는 없는데…ㅠㅠ
굳이 따지자면 ‘세테아릴 알코올’과 ‘페트롤라툼’ 정도…?
그리고 페트롤라툼이 첨가되어 있는데도 ‘바르자마자 끈적임 없이 빠르게 흡수된다’는 건 아마도 전적으로 이소프로필 팔미테이트 덕분일테고…
피부의 수분유지는 결국 정확히는 귀리가루가 아닌 ‘디메치콘(dimethicone)’ 때문일 거라는 점이에요.
그렇다면, ‘내추럴 콜로이덜…’하는 건 무엇일까요?
네에…그렇죠…
특별한 의미가 없는 마케팅용 문구라는 거에요. 아시겠죠?
그렇다고 이 제품이 ‘나쁜 제품’이라고 말씀 드리는 건 절대 아니에요.
가격 대비 품질이 괜찮기 때문이죠…
어떠세요?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해 놓고 나니, 이 로션의 성분표가 한 눈에 들어오죠?
사알~짝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성분으로는 디스테아릴디모늄 클로라이드와 디메치콘 정도…
그리고 페트롤라툼과 벤질 알코올은 우리가 되도록 피해야 할 성분들이죠.
여러분께서 제품을 사실 때마다 정확한 위험도 지수를 외우고 있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매번 찾아보기도 번거롭고 불편하실 거에요.
하지만, 가지고 계신 화장품의 전성분을 이렇게 정리를 한 번 해 보신다면 앞으로 화장품을 사실 때 ‘피해야 할 성분’은 쉽게 알아보실 수 있을 거에요.
자, 오늘 포스팅을 정리해 볼까요?
먼저 기존 제품의 전성분표를 보고, 원료 성분들이 어떤 아이들인지 구분[classification]해 보았고요…
각 성분의 용도를 알아보았고요…
스킨딥에서 위험도를 확인해 보았어요.
그런데…질문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하지만, 여러분께서 ‘무작정 따라하기’를 즐기시는 분들이라 할 지라도 내가 바르는 화장품, 내 아이들이 바르는 화장품, 내 부모님이 바르시는 화장품에 어떤 성분이 있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 지 알고 주도적인 입장에서 선택을 하시는 게 현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늘 말씀 드리지만, 알지만 안하는 것과 몰라서 못하는 것은 천지차이니까요…
아셨죠?
그리고, 화장품 크래프팅에 흥미를 가지신 분들이라면…
이렇게 전성분을 확인하고, 구분하고 위험도를 확인하는 과정과 친해지셔야 해요.
처음에 시작할 때는 귀찮고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렵게만 느껴지겠지만, 얼마 안 가서 그닥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실 거에요.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즐거운 크래프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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